영화 침묵의 감독. 정은우
정은우 감독이라고 하면 많이 알려진 감독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영화 '은교'의 감독이라고 하면 많이들 알 것이다.
은교를 보면서도 느꼈던 점인데, 정은우 감독은 인물의 감정 결을 잘 담아내는 것 같다. 감정은 '슬프다' 같이 짧게 표현이 되지만 그 안엔 아주 미세한 차이가 있고 복잡하게 얽혀있다.
슬픈게 그냥 슬픈가? 처량하게 슬프고, 가슴이 찢어지게 슬프고, 피눈물이 날 것 처럼 슬프고, 아리게 슬프고.. 여러가지 슬픔이 있고 그런 슬픔을 배우가 표현해내면 정은우 감독은 그 찰나의 결을 놓치지 않고 잘 담아낸다. 배우의 연기도 중요하지만 감독이 어떻게 담아내냐도 참 중요하다. 그걸 정은우 감독의 작품을 보며 느낀다.
이하늬는 영화에 잠깐 등장하지만, 굉장히 뇌리에 남는 캐릭터이다. 아름답고, 슬프고, 억울하고, 여리고, 악도있고, 어리석고.. 그런 결들을 정은우 감독이 다 담아냈기에 영화를 보고난 이후에도 마지막까지 이하늬가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침묵 줄거리
엄청난 재력을 가졌으며 그 재력을 십분 활용하며 살아가는 임태산(최민식). 그에게는 사랑하는 딸인 임미라(이수경)과 약혼녀인 유나(이하늬)가 있다.
약혼녀인 유나는 사근사근하게 미라에게 접근하지만, 미라에게는 아빠의 애인인 유나가 엄마의 빈자리를 탐내는 것 같아 탐탁치 않다.
그러던 중 미라가 술에 만취한 상태로 클럽에서 놀다가 유나가 전남친과 찍었던 동영상을 친구들과 보게되고, 화가 나서 그대로 유나를 부른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유라는 머리에 가격이 가해진 상태로 발견이 되고 결국 죽는다.
유력한 용의자는 딸인 미라. 약혼녀는 죽고, 딸은 유력한 용의자가 되어버렸으나 지난 밤 만취로 인해 아무 것도 기억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임태산은 지난 밤에 일어났던 일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데.
결국 유명한 변호인단도 마다하고 자신의 딸인 미라가 유일하게 마음을 여는 변호사 최희정(박신혜)를 섭외한다. 그리고 재판이 진행 되는 중간에 홍콩으로 출장을 가는 등 자신의 딸을 변호하려고 하는 아버지 치고는 이상한 행보를 취하는데..
최희정(박신혜)도 지난 밤의 기록을 쫓던 중 유나(이하늬)의 스토커였던 김동명(류준열)을 만나게 되고, 김동명이 스토킹을 하며 몰래 찍었던 영상에서 뜻하지 않은 사실을 발견한다.
과연 미라와 유나가 만났던 주차장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침묵 결말 해석
아래부터는 스포가 있으니 원치 않으시는 분은 읽지 마세요.
박신혜에게 접근한 최민식은 자신의 비서이자 측근이었던 정승길을 의심하는 발언을 하고, 박신혜 또한 정승길이 범인이라 생각하고 정승길 또한 자신의 죄를 고백하며 재판이 마무리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내 최민식이 류준열을 만나 사건이 있던 밤의 주차장 녹화 영상을 갈취하는 것을 목격하게 되면서, 유능한 변호인단도 마다하고 자신을 고용한 최민식을 의심하고 결국 법정에서 최민식을 배신하며 녹화영상을 압수한다.
그 영상에서는 최민식이 운전석에서 나와 이하늬를 차로 치는 장면이 나온다. 딸인 미라가 차의 조수석에서 나오려하자 최민식이 화를 내며 들어가라고 하는 듯한 동작까지.
최민식은 이내 태도를 바꾸어 걔는 죽을만 했다고 고함을 치고, 딸인 미라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기절해버린다.
결국 최민식의 범인으로 밝혀지며 딸인 미라는 풀려나오지만, 미라는 박신혜와 같이 아버지가 재판 중에 들렸던 홍콩에 찾아간다. "영상 속에 나왔던 여자가 내가 아니라는 것은 나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안다" 라고 말하면서.
찾아간 장소에는 커다란 컨테이너가 있었고, 그 안에는 사건이 일어났던 주차장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스튜디오가 있었다.
류준열이 원래 찍었던 사건 당일 영상 안에는 최민식 딸인 미라가 약혼녀인 유라를 차로 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있었고, 차마 딸을 감옥에 보내는 것만은 하지 못했던 최민식은 홍콩에서 자신의 딸과 약혼녀를 꼭 닮은 현지 모델들을 고용하여 류준열과 함께 자신이 차로 이하늬를 치는 듯한 영상을 제작한 것이다. 영화의 제목인 '침묵' 은 바로 아버지의 침묵을 의미한 것이었다.
사실 최민식이 범인으로 지목되어 태도를 바꿀 때까지만 해도 흔히 보는 영화스토리라고 생각했으나, 마지막 반전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영화의 마무리는 최민식이 홍콩에서 법정 증거물로 낼 대체 영상을 찍으면서 딸 역할과 약혼녀 역할의 모델들을 대하는 장면이 나온다. 딸 역할의 모델이 마치 자신의 딸처럼 구두를 좋아하자 그 자리에 있던 구두들을 다 선물로 주는 것만 봐도 이미 얼마나 딸을 애틋하게 생각하고 감정을 이입하는 알 수 있는데, 이미 죽어버린 자신의 약혼녀를 꼭 닮은 대역을 봤을 땐 더욱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이 아렸겠지.
최민식은 억울한 약혼녀의 죽음의 원인마저 덮어야하는 자신의 행동을 미안해한다. 이에 이하늬가 다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괜찮다고 하는데, 이는 최민식이 만들어낸 '환상'이다. 딸과 여자친구의 사이가 틀어져있을 때도 자신의 딸은 아직 '애'라며, 많이 가르쳐주고 보듬어주길 원했던 그였기에, 이번 일도 죽어버린 약혼녀가 이해해주길 바라면서도 미안해서 미칠 것 같은.. 그런 감정을 담아 이하늬를 떠나보낸다.
다 보고 나서도 여러 번 머릿 속에 되새겨지는 영화이다.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고 마치 변호사인 박신혜를 중심으로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며 진행되는 것 같지만, 결국 박신혜도 최민식의 침묵을 지켜내기 위한 말 중 하나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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