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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영화 속 세상

[토이스토리] 최악의 순간을 이야기한 이스터에그

토이스토리2를 제작 중이던 1997년에 Pixar 시스템 담당자 중 한 명이 대형 사고를 칩니다.
바로 현재 디렉토리 내의 모든 파일을 지워버리는 rm -r -f * 라는 코드를 입력한 것인데요.

당시에는 데이터 백업 환경이 제대로 구성되어 있지 않은 까닭에, 순차적으로 파일이 사라지는 현장을 손놓고 구경해야 했다고 합니다.
Pixar 전 CTO인 Oren Jacob 이 그 순간을 회상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Oren Jcob

"다른 직원과 함께 우디의 모자에 대한 수정사항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디렉토리 안에 있던 40여개 정도의 파일을 다시 봤을 땐 4개만 남아있었어요."

계속 이상하게 줄어드는 파일수를 보던 중 시스템 담당자 중 누군가가 토이스토리2 루트 수준에서 명령을 실행했음을 알았고, 서버가 있는 기계실에서도 당황한 전화가 계속되었다고 하는데요. 

재빨리 서버의 전원과 네트워크 연결을 잡아당기라는 지시가 내려졌지만
이미 작업한 파일의 90%가 사라진 후였습니다.

바로 복원작업을 시행했지만 렌더링이 깨져서 화면이 부자연스러웠고 몇 년의 작업파일을 모두 날려버린 Pixar 내 분위기는 절망적이었죠. 

하지만 이때 기적적으로, 얼마 전 아들을 낳으며 재택근무를 하던 기술감독인 Susman이 자신의 집에 작업본이 있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차로 운반했던 Susman의 백업본

그 길로 Pixar 직원들은 Susman의 집으로 가서 자동차로 백업본을  말 그대로 '모셔옵니다.' 
담요를 두르고 안전벨트까지 한 후 정말 천천히 운전해서 파라오를 운반하듯이 천천히 기계실로 들어갔는데요.

이후에는 약 10만개의 파일을 맞춰보는 작업을 하면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직원 모두가 교대로 밤을 새가며 작업을 했습니다. 
중간 중간 위기가 있기는 했지만 다행히 프로젝트는 대부분 복구되었고, 토이스토리2 제작은 다시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이 엄청난 이야기를 듣고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래서 누가 이 어마무시한 명령어를 날린 것인지, 
그 이후의 책임은 누가 진 것인지 알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Pixar에서는 누군가를 지목하고 책임감을 지우는 대신,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을 택했습니다.
"마녀사냥은 하지말자, 우선 이 일을 해결하는게 먼저야. 누군가를 죽이는데 일주일을 보내지 말자."

Jacob은 시스템이 복구되는 그 때에, 현장에 있던 직원은 어느 한 명 빠뜨리지 않고 정말 뼈를 갈아넣는 듯한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얘기합니다. 사고에 대해 직원을 추궁하는데 초점을 맞추지 않고 복원에만 힘썼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비난할 사람을 찾는 것이 쉽기에 책임을 미루기 위한 누군가를 찾으려는 유혹은 강하게 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사고방식은 실제로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고, 일을 해결하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만 집중했다고 합니다. 

시스템 관리자는 이후에 확실한 백업 계획을 마련하고 대규모 프로덕션 회의에 참가했으며 매우 철저하게 검토를 하며 토이스토리2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토이스토리4

이 후 Pixar 내부에서도 이 사건을 감추는데 급급해하지 않고 토이스토리4에 이스터에그로 넣었습니다.
자동차의 표지판인 RMR F97. 사건이 났던 날 누군가 날렸던 명령어입니다. 

최악의 사건으로만 남을 수도 있었지만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Pixar의 기업문화 덕분에 현명한 대처가 된 것 같습니다.